Home > 경기도 DMZ > 언론보도

언론보도

제목
[생태계 뉴스] 접경지역 철새는 날아가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3년 12월 9일
파일첨부
첨부파일없음
비무장지대(DMZ)와 민통선 인접지역을 피난처로 삼아 겨울나기를 해오던 생명문화재들에게 혹한보다 더 가혹한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이미 시작된 ‘땅투기’와 정부, 지자체 차원의 개발 바람이 겨울철새들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이 지역에서 생명문화재들이 시련을 겪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따오기와 느시는 오래전에 자취를 감췄고 최근에는 저어새, 두루미, 개리에게도 위기의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이들의 멸종을, 그리고 위기를 그저 바라다 보고만 있었다. 아니, 오히려 위기를 부채질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개발우선정책으로, 군의 작전을 위해, 그리고 개인의 욕심으로 접경지역의 생명문화재는 지금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국회는 2000년에 접경지역지원법을 통과시켰고, 행정부는 2003년 ‘접경지역종합계획’을 수립해 오는 2012년까지 이 지역에 모두 274개 사업을 집행할 계획이다.


국회와 정부는 ‘법’의 제정과 ‘계획’을 세워 개발론자들의 양손에 보검을 쥐어줬다. 벌써부터 DMZ와 민통선내외 지역에 땅투기의 거센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민통선내 농경지의 땅값이 몇 년 사이에 급등했다. 출입이 용이하지 않은 곳에까지 땅투기의 바람이 스며드는 이유는 바로 개발 기대심리 때문이다. 이같은 바람을 타고 50년간 민간인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땅들이 중장비로 파헤쳐지고 있다. 적법절차를 거쳐 개간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적잖다.


어떤 이들은 “50여년 전에는 지금의 DMZ와 민통선내에 사람들이 살았다. 그래서 길도 있고 농경지도 있었다. 그것을 찾아 원상복구를 하는데…. 그럼, 그냥 놔두자는 말이냐”라고 힐문한다.


그렇다. 50여년 전에는 그랬다. 그리고 고향을 찾아 옛 집터에 다시 집도 짓고 농사도 지어야 한다. 그러나 분단의 상처인 DMZ에는 그냥 옛터를 찾는 개인의 재산권 회복 차원의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민족의 생명부양체계인 생물자원, 유전자자원의 상실을 회복하는 중요한 숙제도 함께 풀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생물의 세포에 식민지를 만드는 시대다.


국가가 생물자원의 주권적 권리를 주도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식민지나 다름없는 신세로 전락한다는 얘기다.


우선, 정부와 접경지역에 해당하는 지자체는 최소한 다음 사항만이라도 유념하고 개발행위를 해야 후세와 국제사회로부터 욕을 먹지 않을 것이다.


첫째, DMZ의 가치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이에 걸맞은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 민족 차원, 더 나아가 지구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민족 차원에서는 우리 민족의 생명부양체계의 부활을, 지구 차원에서는 국제보호종의 이동통로를 보호한다는 의식을 갖고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


둘째, 선(先)자원조사 후(後)사업수행 원칙을 지키면서 개발을 해도 해야 한다. 접경지역으로 불리는 이 지역의 생물자원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는 너무 미미한 실정이다. 종합적이고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셋째, 향후 남한과 북한이 공동으로 조사·개발계획을 수립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일방의 노력은 잘해야 어차피 반쪽의 성공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남북협력은 DMZ 생태계의 가치를 높이고 차원높은 보호책을 공동으로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노영대/문화재전문위원〉 2003년 12월 8일
다음글
경의선 공사구간서 전쟁유물 발굴
이전글
이전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