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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새 이야기]가마우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4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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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강 하구의 모래톱이나 갯바위 등지에서 덩치에 비해 작아 보이는 검은 날개를 펴고 젖은 깃을 말리기 위해 해바라기를 하는 새들을 볼 수 있다.
바로 가마우지다. 가마우지는 순수한 우리말로, 가마는 ‘검다, 까맣다’에서 왔고

‘우지’는 오리의 옛말 ‘올히’에서 오디-오지-우지로 변해 굳어진 말이니 ‘검은 오리’라는 뜻이다.

가마우지는 중국 구이린(桂林)과 일본 이누야마(犬山) 등지에서 널리 전해오던 ‘가마우지 낚시’의 주인공이다. 가마우지 낚시란 먹이를 삼키지 못하도록 목 아랫부분을 끈으로 묶은 가마우지를 풀어 물고기를 사냥하게 한 다음 가로채는 낚시법이다. 이 지역 어부들에겐 비할 데 없이 소중한 새여서, 구이린에서는 가마우지에 관한 애틋한 이야기도 전해진다.

‘강가에 한 어부가 살았다. 어부는 이른 새벽 가마우지를 뱃머리에 태우고 강으로 나간다. 가마우지가 능숙한 솜씨로 물고기 몇 마리를 낚아채면 목끈을 풀어주어 마음껏 물고기를 잡아먹게 한다. 강물에 노을이 곱게 물들면 어부는 흥에 겨워 노래 부르며 노를 저어 집으로 돌아온다.

세월이 흘러 늙은 가마우지가 더 이상 물고기를 사냥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자 어부는 자신이 잡은 물고기를 목에 넣어줘 삼키게 한다. 가마우지가 죽을 날이 가까워 오자 어부는 함께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온 강 언덕에 오른다. 강물이 잘 내려다보이는 언덕바지에 돗자리를 펴고 소반에 잘 익은 술 한 병을 올려놓고는 가마우지와 마주앉는다.

이윽고 어부는 정성스레 술을 따라 가마우지의 주둥이에 부어 준다. 늙고 힘없는 가마우지는 그 술 맛에 깊이 취하여 긴 목을 땅에 누이고 잠자듯 주인 곁을 떠나간다. 평생 동고동락해온 가마우지의 몸을 쓰다듬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는 어부의 흐느낌이 강물을 타고 여울치며 흐른다. 어느덧 은빛으로 변해버린 어부의 머리 위로 붉은 노을이 얹힌다.’

가마우지들은 물속을 자맥질하며 잽싸게 물고기 사냥을 하는데, 그 비결은 다른 물새들과 달리 물에 잘 젖도록 된 특수한 깃에 있다. 깃이 물에 젖으면 깃 속에 갇혀 있던 공기가 빠져나가 부력이 떨어지면서 물질이 수월해진다.

◇가마우지, 민물가마우지(왼쪽부터)

다른 새들이 피부 밑 기름샘을 부리로 온몸에 발라 깃이 젖지 않도록 몸단장하기에 애쓰는데, 가마우지는 물에 잘 젖는 깃 덕분에 깊은 물속까지 내려가 물고기를 잡으니 자연의 조화는 참으로 신비스럽기만 하다. 이 때문에 가마우지에겐 장시간의 일광욕이 필수적이다.

1999년 7월 강원 철원의 비무장지대 습지에서 겨울철새로만 알려졌던 민물가마우지를 만나면서 가마우지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특히 서해 백령도에서 서식하는 쇠가마우지의 신비한 눈빛에 빠져 해마다 한두 번씩 4시간이 넘는 험난한 뱃길을 달려 그들을 찾아가고 있다.

백령도 해안 절벽 꼭대기에서 간신히 몸을 의지할 곳을 찾은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수습하고 앉아 수줍은 새색시같이 홍조 가득한 뺨과 에메랄드처럼 반짝이는 신비한 눈을 가진 쇠가마우지를 넋을 놓고 바라본다. 쇠가마우지의 마법에 걸린 것일까. 이들을 바라보노라면 나 또한 양팔만 펼치면 날 수 있을 것만 같다.

국내에서 볼 수 있는 가마우지는 모두 3종. 가마우지, 민물가마우지, 쇠가마우지가 그들이다. 가마우지는 강화도 주변 무인도, 민물가마우지는 한강 하구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철원에서 첫 인연을 맺은 민물가마우지는 국내에선 번식하지 않는 종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지난해 봄 한강 하구의 무인도 유도에서 50여쌍이 새끼를 치는 모습을 처음으로 확인하는 수확을 거둬 각별한 인연을 더했다.

나는 새들의 눈이 좋다. 그리고 그 눈을 사진에 담고 있다. 많은 눈을 보았지만 가마우지의 눈은 그 어느 새보다도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해안을 거닐다가 에메랄드빛 눈을 가진 새를 만난다면 그 새와 결코 눈을 맞추지 않도록 조심하기 바란다. 자칫하면 나처럼 그 마법에 걸려 평생 쫓아다녀야 할지도 모르니까.
[세계일보 2004-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