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열린 제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북측은 공동어로수역을 빌미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무력화에 전력을 기울였지만 남측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회담 마지막 날까지 공동어로수역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합의문 도출이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남측의 완강한 태도에 북측이 비켜서면서 막판 합의가 이뤄졌다.
▽집요한 NLL 무력화 공세=북측은 회담 첫날인 27일 전체회의부터 ‘NLL 무력화’를 위한 다걸기(올인)
전략을 드러냈다.
NLL을 기준으로 등(等)면적의 공동어로수역 한 곳을 시범 운영한 뒤 점차 확대하자는 남측 제안에 대해
북측은 공동어로수역을 NLL 이남에 설치하는 한편 NLL을 고집하지 말고 새 해상 불가침 경계선의 설정
문제를 논의하자고 맞섰다.
회담 이틀째 북측의 압박은 더 집요해졌다. 북측 수석대표인 김일철(차수) 인민무력부장은 전체회의에서
“북방한계선을 놓고 (남측) 수구파가 말씀을 많이 하는데 심한 것 같다. 이런 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통일이 주춤하고 내분이 생겨서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불만의 표시로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가
참석한 남측 답례만찬에서 “작은 이익에 집착해 민족의 염원을 외면한다면 후손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김장수 장관은 “우리 원칙과 원론적으로 접근하기 어렵고 의견차가 크다. 평행선 분야가 많아 큰 부담”
이라며 냉랭한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북측이 해상불가침 경계선 논의를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면서 경협과 교류 협력을 위한 군사적 보장조치는
논의조차 못했다. 남측 관계자는 “공동어로수역 문제에 걸려 한 발짝도 못 나갔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담 마지막 날인 29일 오후부터 북측 태도가 누그러졌고 남측은 예정을 훨씬 넘겨 이날 저녁까지
계속된 실무접촉에서 북측을 설득해 막판 타결에 이르렀다.
군 소식통은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향후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공동어로수역과 직결된 NLL에 대한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럴 경우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 사업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
이라고 말했다.
▽경협과 신뢰 구축 가속도 낼까=남북이 내년 서울에서 3차 국방장관회담을 갖기로 합의함에 따라
남북 군 수뇌 간 공식 만남이 정례화되는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이 2000년 9월 제주에서 열린 1차 회담 이후 7년 만에 열렸지만, 향후 각종 경협사업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실무 차원의 군사접촉이 잦아지면서 신뢰가 쌓일 경우 군 수뇌 간 정기적 만남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남북은 또 다음 달 초 군사실무회담을 열어 경협사업의 군사적 보장조치를 최우선적으로 협의하기로 함에
따라 ‘2007 남북 정상회담’과 남북 총리회담 등에서 합의한 문산∼봉동 경의선 화물열차 개통, 북한
민간선박의 해주항 직항, 한강 하구 공동 이용 등 경협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1992년 기본합의서에서 합의했지만 사문화됐던 군사공동위원회를 조속히 개최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서해상 충돌 방지 등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한 조치들이 논의될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6·25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 필요성에 대한 양측의 공감을 바탕으로 향후 비무장지대(DMZ)나
북한 지역에서 공동 발굴 작업이 이뤄지면 국군포로의 생사 확인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 국정브리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