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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제목
비무장지대의 비운을 시로 달래는 신대철 시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5년 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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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철 시집 ‘누구인지 몰라도 그대를 사랑한다’ 올해로 회갑을 맞은 시인 신대철씨가 세 번째 시집 <누구인지 몰라도 그대를 사랑한다>(창비)를 묶어 냈다. 1977년에 낸 첫 시집 <무인도를 위하여>로 호평을 받았던 시인은 오랜 침묵 끝에 지난 2000년 두 번째 시집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를 내며 독자들에게 돌아왔다.
“그대가 남긴 담배꽁초와 초조한 눈빛과 어두운 몸짓과 암호 속에 떨려오던 그대 목소릴 깊이 간직하리, 살아 있는 동안 떨리는 목소리 울려오는 곳에서 떨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꿈꾸고 피 흐르는 대로 시를 쓰리. 나를 넘어 그대를 넘어 이념을 위하여 이념을 버리고 민족을 위하여 민족을 버리고”(<그대가 누구인지 몰라도 그대를 사랑한다>) 이번 시집의 표제작은 시인의 기나긴 ‘침묵’과 침묵 끝의 ‘복귀’를 함께 설명해 준다. 시에서 말하는 ‘그대’란 시인이 전방에서 군복무하던 60년대 말 스스로 안내해서 휴전선 이북으로 보냈던 북파공작원을 가리킨다. 북파공작원의 존재는 영화 <실미도>를 통해 비로소 대중에게 깊이 각인되었거니와, 그 북파공작원과의 체험이 그 뒤 시인을 괴롭혀온 것이다. 인용된 대목에서 시인은 “시를 쓰리”라고 의지를 밝히지만, 그것은 역설적으로 그로 하여금 시를 쓰지 못하도록 하는 고통스러운 기억의 훼방을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북파공작원을 안내했던 경험은 <몽골 북한 대사관 앞을 지나> <마지막 그분> 등의 시에서도 반복적으로 회고된다. 더 나아가, 북파공작원만이 아니라 남과 북의 젊은이들이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아픈 현실이 시집 전편을 통해 강조된다. 그 현실은 두 방향의 여행을 수반하는데, 유년기의 전쟁 체험과 군 복무 시절로 거슬러 오르는 기억 여행이 그 하나이고, 몽골과 시베리아, 알래스카, 금강산 등지로 향하는 현실의 몸의 여행이 그 둘이다. 기억 여행에서 전쟁과 분단이 초래한 공포와 재앙은 흔히 자연의 평온한 풍경과 대비되어 그려진다. “숨을 새 없이 엎드린 개울창에/산산이 흩어진 대처 아일 감싸 안고/초롱초롱 피어 있던 꽃”(<달개비>), 또는 “사정거리 밖으로 물 흘러가고 갈대 서걱이는 소리 안으로 안으로 들어오다 흘러가고 좁은 강 사이에 두고 총부리 겨눈 채 굳어 있던 우리”(<향로봉에서 그대에게>) 등이 대표적이다.

휴전선 이북 금강산과 머나먼 이국의 땅으로 향하는 여행에서도 시인은 자주 전쟁 및 분단의 상흔과 맞닥뜨린다. 몽골 울란바토르의 북한 전쟁고아 수용소, 시베리아 벌목공, 알래스카에서 떠올리는 ‘양공주’ 따위를 보라. 그가 <몽골 북한 대사관 앞을 지나>에서 쓰고 있는 대로 “모든 길은 비무장지대로 통하고”, 그는 누구인지 모르는 ‘그대’를 사랑하기 위해, 기억의 힘으로 시를 쓰는 것이다.

[한겨레 2005-02-25]

신대철시인은 현재 국민대교수로서 1945년 충남 홍성에 출생하여 1968년 <조선일보>신춘문예에 시 <강설의 아침에서 해빙의 저녁까지>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지금까지 1977년 <무인도(無人島)를 위하여와 1989년 <나무 위의 동네>등을 발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