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를 ‘평화의 공간’으로…
분단의 상징, 대한민국 북단 비무장지대(DMZ)를 평화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도라산(都羅山) 평화공원’ 조성 공사가 올해 4월 드디어 첫 삽을 뜬다.
관할 군부대가 작전상 문제로 사업 규모에 이견을 보여 표류한지 3년 만의 일이다. 경기도 제2청은 작년 9월 규모를 축소한 공원조성 사업계획을 제출해 군부대 측의 동의를 받은 가운데 시공업체는 지난 달 말 군에 계획 도면 등을 제출했다. 경기도 제2청 관광개발과 남기산(48) 사무관은 “현재 토지매입 추진과 함께 도시계획시설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오는 4월까지 공원 조성계획을 결정짓고 같은 달 말 착공해 내년 말까진 공사를 마무리짓는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분단 현실이 준 ‘역설적 선물’
도라산역 주변 울창한 자연생태계를 평화공원으로 만드는 게 사업 내용의 핵심. 대상지역은 파주시 장단면 노상리 520번지와 군내면 백연리 824번지 등 29필지다. 한국 특산 식물 30종과 천연기념물 2종, 동물서식처 4건과 습지 등이 어우러진 이곳은 지금도 대낮에 고라니와 멧돼지가 뛰어다니는 천혜의 자연생태계. 분단 현실에서 파생된 역설적 선물이다. 사업 계획에 따라 기념관과 평화의 탑, 광장, 생태 연못 등 시설물이 이곳에 들어선다.
◆도라산역 주변을 ‘평화관광 벨트’로
도라산 평화공원 구상은 경의선 남쪽 최북단 도라산역 개방에서 비롯됐다. 경의선 복원사업에 따라 2002년 2월 민간인통제선 구역에 들어섰다. 같은 달 20일엔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방한 중이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함께 방문해 연설 및 철도 침목(枕木) 서명 행사를 가짐으로써 한반도 통일 염원의 대표적 상징물로 자리잡았다.
이를 계기로 도(道)는 2003년 8월 기존의 임진각과 판문점, 제3땅굴, 도라전망대 등 안보관광지와 도라산 지역을 연계해 ‘평화관광 벨트’로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국제적 관심사로도 떠올랐다. 작년 8월 ‘2005 DMZ 국제포럼’ 참석차 우리나라를 찾은 테드 터너 前CNN 회장은 “한국 전쟁은 전 세계에 매우 중요하고 흥미로운 ‘중간지대’를 낳았다”며 “세계적 자연관광지가 될 평화공원을 만드는 일에 전 세계가 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넬슨 만델라 前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도 “DMZ에 평화공원을 만들면 전 세계에 희망·사회정의·평화의 메시지를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軍과 협의 과정에서 규모 크게 축소
사업 규모는 처음보다는 축소됐다. 군 부대와의 협의 과정에서 당초 24개로 계획됐던 시설물은 5개로 줄어들었고 당초 7만3000평으로 계획됐던 면적도 3만평으로 절반 이상 감축됐다.
군 관계자는 “초안대로 할 경우 경계부담이 너무 커지기 때문에 면적을 줄여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군은 미확인 지뢰지대를 공원 부지에서 제외할 것과 군 작전에 차질을 주지 않게 시설물 높이를 일정 높이 이하로 규정할 것, 공원 주변에 안전철망과 경계장비를 설치할 것 등도 요청했다. 남 사무관은 “규모는 축소됐지만 취지만큼은 그 이상으로 살릴 수 있게 공원 조성 사업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2006-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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