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와 강원도 등 비무장지대(DMZ) 접경 지역들이 평화와 화해를 콘셉트로 한 새로운 관광 프로그램 개발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남북한 정상회담을 계기로 DMZ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곳을 찾는 방문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분단 이후 처음 판문점에서 열린 정상회담의 의미를 살려 DMZ를 한반도 평화를 상징하는 명소로 삼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는 다음달 ‘DMZ 피스(Peace) 플랫폼’을 선보인다. 판문점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있는 캠프 그리브스는 1953년부터 2004년까지 미군이 주둔했던 곳이다.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옛 미군부대 시설을 예술 작품과 각종 공연, 영화를 상영하는 종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
경기도는 그동안 임진각 등 파주 일대 DMZ를 평화누리공원(사진) 등 관광지로 조성해 대한민국 안보관광 1번지로 불렸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와 제3땅굴, 1·21 무장공비 침투로 등 임진각 일대는 지난해에만 480만 명이 넘는 국내외 관광객이 다녀갔다.
경기도는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DMZ 피스 플랫폼을 찾는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오는 6월부터 임진각~캠프 그리브스 간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민통선에서 머무르며 DMZ 일대 청정 자연환경과 각종 유적을 둘러보는 야행(夜行) 프로그램도 본격적인 운영을 앞두고 막바지 마무리가 한창이다.
강원 화천군과 양양군도 DMZ관광 프로그램 확대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 강원지사와 산소길에서 칠성전망대, 평화의댐으로 이어지는 DMZ평화관광 코스를 개발한 화천군은 운영 횟수를 주1회에서 2회(매주 토·일요일)로 확대한다. 지난해 6개월 남짓 운영한 이 프로그램에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1000여 명이 참여했다.
화천군의 성공에 자극받은 양양군은 기존 시티투어 프로그램을 DMZ관광 상품으로 확대한다. 펀치볼(춘천역~해시계~통일관~을지전망대~제4땅굴~양구자연생태공원~춘천역)과 두타연(춘천역~박수근미술관~두타연~양구선사·근현대사박물관~춘천역) 코스 등 2개 노선을 생태평화 테마 여행지로 개발해 올 상반기 중 본격적인 상품 판매를 시작한다.
김도형 경기관광공사 홍보팀장은 “DMZ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생태 관광지로도 가치가 높지만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평화와 화해의 상징성을 지닌 여행지로서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