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경기도 DMZ > 새소식

새소식

제목
경기도 포천 고향 뒷동산에 이장될 화가 박수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4년 4월 2일
파일첨부
첨부파일없음
그의 작품 ‘앉아 있는 아낙과 항아리’가 지난달 3월 25일 미국 뉴욕 크리스티경매에서 123만9500달러(약 14억6261만원)에 낙찰됐다는 소식입니다. 한국 근현대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라고 하지요. 잘 알다시피 박수근은 이름 없고 가난한 서민의 삶을 즐겨 그린 화가입니다. 양구읍 정림리에서 태어난 그 자신도 돈이 없어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할 정도로 평생을 어렵게 살았습니다. 그런 그의 그림이 어떤 화려한 대작보다 더욱 가치가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오는 15일에는 박수근 화백의 묘가 경기도 포천에서 고향 뒷동산으로 이장된답니다. 물경 40년 만의 귀향이지요.

1914년 강원도 벽지 楊口의 기독교 가정에서 출생한 박수근은 어려서부터 그림에 소질을 보였으나 보통학교 졸업 후 곤궁한 집안형편으로 더이상 학업 을 이어갈 수 없자 독학으로서 화가의 꿈을 키우며 자신만의 조형세계를 개척하였습니다. 1932년 18세의 나이로 鮮展에 입선한 이래 줄곧 선전과 國展을 중심으로 화단활동을 하던 그는 특히 월 남 후 1953년경부터 사실적인 묘사를 제거하고 흰색, 갈색, 회색, 검정색의 절제 된 색채를 사용하며, 나아가 화강암을 연상시키는 두꺼운 재질감(마티에르)을 시도 하면서 화단의 어느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독자적인 조형세계를 구축하기 시작 했습니다.
이는 당대의 동료화가들이 교육기관을 통해 아카데미즘을 답습하던 것과는 달 리 자력으로 이룩한 조형적 성과로서 우리의 이웃을 소재로 따뜻한 삶의 이야 기를 그리면서도 재현적 요소를 최대한 자제하여 대상의 본질만을 포착한 점 과 해외에서 유입된 서양화 기법을 우리 민족의 정서가 깃들인 재질감으로 극복 하여 한국미의 전형을 제시한 점에서 더욱 값진 결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전 추천작가와 심사위원까지 역임했던 그는 수술비용이 없어 백내 장 치료시기를 놓쳐 1963년에는 왼쪽 시력을 잃고 좌절하는 등 시대적 불운 과 생활고 등의 중압감을 이기기 위해 과음과 제작생활을 강행하다가 지병 으로 세상을 뜬 불우의 화가이기도 합니다.


일제 말기와 해방, 그리고 6.25 등의 사회적 격동을 경험하고 평생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그였지만 깊은 신앙심을 기반 으로 온유하고 의연한 삶을 살았던 박수근은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 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견해’를 바탕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의 모습 을 단순화시키고 반복함으로써 이름없는 그들의 모습을 우리 민족의 집단초상화 로서 거듭나게 했습니다.아이를 업고 절구질하는 여인의 모습과 좌판을 벌리 고 행상을 하는 모습들, 그리고 헐벗은 나목처럼 황량하기만 했던 시대풍경은 그 가 경험했던 1950~60년대의 일상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해 준 저력과도 같은 우리 민족의 초상화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그의 작품세계는 사회적 빈곤층과 소외계층(여인, 어린아이, 노인 등)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지만 인고의 생활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면 서도 결코 운명에 주눅들지 않고 맞서는 한국의 여인상을 표현하는 등 그 의 따뜻한 천성과 인간에 대한 애정, 그리고 깊은 신앙심이 그림 곳곳에 배 어있어 그의 그림은 비록 가난해도 결코 메마르지 않는 생명력과 삶에 대 한 진실이 토착적이고 서민적으로 담담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참조]
박수근의 예술철학 : http://today072.new21.org/
박수근 미술관 : http://210.178.146.5/cyber/park/pa_main.html